2011/11/06 23:38

솔직한 사이 너에게

네 앞에서 엉엉 우는 나를 보았다. 아이처럼 소리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도 못한 채 울었다. 생각보다 오래, 생각보다 자주.
내가 울 때마다 너는 나를 촉촉한 눈으로 봐주었고, 망설임 없이 두 팔을 벌려 내 앞에 서있어 주었다. 안긴 채 어깨와 목덜미가 젖도록 울어도 여전히 너는 나를 토닥여주었다. 우는 내가 웃겨서 스스로 웃어제껴도, 그러면서 동시에 눈물이 줄줄 흘러도 나를 그대로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. 지금 생각하니 행복하다.

그렇게 울 때 곁에 누가 있어주는 게 참 행복한 일이라는 걸 알았다. 작년 가을, 학교에서 이렇게 울던 날이 있었다. 나는 혼자였고 주위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볼까 두려웠고 생각나는 사람에게 건 전화는 외로웠다. 참 이상하지, 온기를 느끼려 건 전화였는데 난 오히려 더욱 외로웠다. 그 사람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느껴졌다. 나의 슬픔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었다.

요즘 들어 계속 생각나는 말은 이것이다. 예전에 블로그에 남겼던 문장 같은데, 머리에서 맴돈다.

사랑하는 그대에게 이 말만은 꼭 해주고 싶어.

2011/10/24 21:20

관계에 대하여. 우린 모두 좋은 사람일 수 있다. 생각

나도 당신도 좋은 사람이지만 우리가 가까운 관계가 아닐 수도, 심지어 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오늘에서야 한다. 우리 관계가 삐뚤어진 것은 당신이나 내가 못난 사람이라서가 아니다. 그저 두 좋은 사람이 서로 맞지 않았던 것이다. 변명같은 진실, 진실같은 변명.

자로 잰듯이 나뉘어져, 뒤섞일 수 없다고 생각했던 속성들의 표가 흔들리고 있다. 좋은 현상이다. 나야말로 전형성에 뿌리박혀 있는 사람이었다.

2011/07/07 21:05

당당하게 드러내기보다 예쁘게 가리기 위해 힘썼다는 걸 알게 되었다. 그런데 꼭 드러내야 하는건가? 한줄

당당하게 드러내기보다 예쁘게 가리기 위해 힘썼다는 걸 알게 되었다. 그런데 꼭 드러내야 하는건가?

2011/07/07 20:48

<세상의 모든 계절>, "나는 지팡이가 아니라 난간이다." 생각

<세상의 모든 계절>은 내게 좋은 영화였다. 메리에 완전히 몰입해서 보았기 때문에 내게 이 영화는 '그들만의 리그' 쯤으로 여겨졌다. 톰과 제리는 완벽해보이는 가정을 이루고 있다. 친한 친구나 친척은 그 주위를 맴돌 수 있을 뿐, 완전히 융합될 수는 없다. 자신들이 허용한 범위 이상으로 다가오면 더이상 따뜻하지 않은 제리.

메리의 눈으로 볼 때는 톰과 제리가 너무 혹독해보였다. 그렇게 냉정하게 거리두기를 하는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따뜻하게 굴지나 말지, 모든 걸 다 같이 해줄 것처럼 굴어놓고 왜 밀어내는 거야? 그렇다고 대놓고 싸우지도 않을 거면서, 자긴 계속 좋은 사람으로 남으면서 상처 주는 거, 진짜 못됐어. 마음대로 미워하지도 못하게 만들잖아. 그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게 만들잖아.

아내가 죽어 동생 톰의 집에서 얼마 간 묵게 된 로니 또한 그렇다. 톰과 제리의 주말 농장에 로니는 낄 수 없다. 남아서 집을 지키는 수밖에. 슬픔에 빠진 로니를 집으로 데려오는 친절은 베풀지만 그 이상으로 그가 자신들의 일상에 속하길 바라진 않는 톰과 제리.. 톰과 제리가 서로에게 화가 나면 어떤 태도를 보일 지 궁금해졌다.


그리고 니체의 글이 생각났다. 얼마 읽지도 않은 『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』에 있던 글이다.

나는 급류 가장자리에 놓여 있는 난간이다. 누구든 잡을 수만 있다면 나를 잡아도 좋다! 그러나 나 너희를 위한 지팡이는 아니다.

혼자 살아야 한다는 잔인한 사실.

2011/06/23 20:59

the origin of love 너에게

나도 그대와 등을 맞대고 붙어있었으면 좋겠다. 아마 그럴 수 있다면, 그렇게 된다면 얼굴을 볼 수 없다며 엉엉 울 지도 모르겠다. 그래도 그대와 붙어있고 싶다. 한 시도 떨어지지 않고 같이 있고 싶어. 동그랗게 몸을 말고 앉아 있는 나는 너무 외로워 엉엉 운다. 혼자 태어나 혼자 버텨야하는 게 외로워서 엉엉 운다. 지구의 아이이고 싶어. 달의 아이이고 싶어. 태양의 아이이고 싶어. 아주 오랜 옛날, 그 아이이고 싶어. 나는 그대와 붙어있었으면 좋겠어. 영영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. 안아주고 보듬어줄 사람이 내 곁에 아주 오래도록 있었으면 좋겠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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